하루 종일 회의실과 전화기 앞에서 지낸 날에는 목소리를 크게 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상사 앞에서는 말끝을 조심하고, 거래처와 통화할 때는 톤을 한 단계 낮추고, 사무실에서는 옆자리에 들리지 않게 소리를 줄입니다. 그렇게 눌러 둔 목소리가 쌓이면 몸은 앉아만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지칩니다. 퇴근 뒤 가라오케에서 한 곡을 목청껏 부르고 나면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노래 한 곡이 무엇을 풀어 주는지 알고 가면 그 시간을 더 알차게 쓸 수 있습니다.
평소에 쓰지 않던 음량을 쓴다
일상 대화는 좁은 음량 안에서 오갑니다. 크게 말할 일도, 길게 소리를 끌 일도 거의 없습니다. 노래는 그 범위를 한꺼번에 넓혀 줍니다. 낮은 음에서 시작해 후렴에서 가장 높은 음까지 올라가는 동안 평소에는 쓰지 않던 근육과 울림이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몸이 긴장을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잘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리를 끝까지 밀어 보는 경험 자체가 하루 동안 조여 있던 어깨와 목을 풀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숨이 길어진다
긴장한 사람의 호흡은 짧고 얕습니다. 모니터를 오래 보거나 마감에 쫓기면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노래를 부르려면 한 소절을 끝까지 이어 갈 만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보내야 합니다. 이 호흡이 몇 곡 반복되면 몸이 자연스럽게 느긋한 리듬으로 돌아옵니다. 빠른 곡보다 한 소절이 긴 곡을 한두 개 섞어 부르면 이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숨이 차오르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한 소절 쉬어 가도 괜찮습니다.
가사가 대신 말해 준다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억울한 일도, 서운한 마음도 표정 관리 뒤로 숨겨 두게 됩니다. 노래 가사는 그런 감정을 대신 꺼내 줍니다. 떠나간 사람을 원망하는 노랫말이든 다시 일어서자는 노랫말이든, 누군가 이미 잘 다듬어 둔 문장을 소리 내어 부르는 동안 내 안의 비슷한 감정이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그날의 기분에 맞는 곡 하나를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신나는 곡만 고집하기보다 지금 마음에 걸려 있는 곡을 한 번쯤 골라 보세요.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방에서
목청껏 부르려면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먼저입니다. 옆 테이블과 붙어 있거나 계산이 얼마나 나올지 마음 한편에서 따지고 있으면 소리가 절반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원인재역 가까이에 있는 연수동쓰리노는 일행끼리만 쓰는 프라이빗 룸을 두고, 미리 안내한 금액 외에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정찰제로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간과 비용이 미리 정리된 곳이라면 다른 생각 없이 노래에만 마음을 쏟을 수 있습니다.
한 곡으로 충분한 날도 있다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몇 시간씩 쉬지 않고 부르면 오히려 목이 상하고 다음 날 피로가 더 남습니다. 오늘 꼭 부르고 싶은 곡 하나를 정해 두고, 그 곡을 제대로 불렀다면 나머지는 일행의 노래를 들으며 쉬어도 좋습니다. 마음을 쏟아 부른 한 곡이 대충 흘려보낸 열 곡보다 오래 남습니다. 자리를 마치고 나설 때 목은 조금 칼칼해도 머리는 맑은 상태라면, 그날의 가라오케는 제 몫을 다한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