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술이 오간 자리가 끝날 무렵이면 목은 쉬고 속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시간 동안 안주를 집어 먹었어도 식사를 한 느낌은 들지 않고, 차가운 술과 음료가 계속 들어간 뒤라 몸이 따뜻한 것을 찾습니다. 노래를 부르느라 쓴 기운도 생각보다 커서, 자리가 끝날 즈음이면 허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라오케에서 나오는 길에 국밥집이나 분식집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자리 끝의 따뜻한 한 그릇은 배를 채우는 일을 넘어 그날 저녁을 정리하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마지막 곡과 국물 사이
마지막 곡이 끝나고 조명이 밝아지면 다들 겉옷을 챙기며 어디서 한 그릇 먹고 갈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런데 늦은 시간에 여럿이 식당을 찾아 움직이다 보면 문을 닫은 곳이 많고, 걷는 사이에 일행이 흩어지기도 합니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길에서 서성이는 몇 분이 유난히 길게 느껴져, 그 사이에 남아 있던 흥까지 식어 버립니다. 몇 사람은 먹고 가자고 하고 몇 사람은 바로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헤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자리 안에서 가볍게 한 그릇을 나누고 일어서면 이런 어수선함이 크게 줄어듭니다.
술자리 끝에 몸이 찾는 것
술을 마신 뒤 따뜻한 국물이 당기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각입니다. 짭짤하고 뜨거운 국물을 천천히 떠먹으면 속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노래로 쉰 목도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국물 한 그릇으로 술기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니, 그릇을 비우는 동안 물을 넉넉히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매운 국물은 빈속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순한 맛을 고르거나 양을 조금 덜어 먹는 편이 무난합니다. 뜨거울 때 급하게 들이켜기보다 한 김 식혀 가며 천천히 먹는 편이 속에도 편합니다.
한 그릇을 챙겨 주는 곳
이런 마무리를 업장이 먼저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중동역 인근의 부천노래방 개구리는 가시기 전에 해장용 라면을 끓여 준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소주와 맥주, 계절 과일과 먹태 같은 안주와 함께 마무리 라면까지 요금 안내의 포함 항목으로 적어 둔 곳이라, 방문 전에 전화로 인원과 시간만 확인해 두면 마지막 한 그릇 때문에 따로 셈을 할 일이 없습니다. 자리를 파하기 전 모두 둘러앉아 라면을 나눠 먹으면 그날의 이야기가 한 번 더 정리됩니다. 혼자 찾은 날에도 이런 마무리가 있으면 빈속으로 밤길에 나설 일이 없습니다.
연장 대신 마무리 신호로
노래가 한창일 때는 한 시간만 더 하자는 말이 쉽게 나옵니다. 이때 따뜻한 한 그릇은 자연스러운 마무리 신호가 되어 줍니다. 라면이 들어오면 누구도 새 곡을 걸지 않고, 그릇을 비우는 동안 오늘 누가 어떤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는지 이야기가 오갑니다. 다음 날 일정이 있는 사람도 눈치 보지 않고 일어설 수 있게 되니, 흥이 식기 전에 깔끔하게 자리를 닫는 방법으로 이만한 것이 드뭅니다. 한 시간을 더 채우고 지쳐서 헤어지는 것보다 아직 웃음이 남아 있을 때 일어서는 편이 다음 약속을 잡기에도 훨씬 수월합니다.
